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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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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당쇠 작성일26-10-01 11:31 조회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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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탕~’
적막을 깨트리는 총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사나운 사냥개가 재바르게 냅다 달렸다. 한 방의 총을 맞은 멧돼지는 총격의 순간엔 비틀했지만 약간의 피를 흘리면서도 유유히 사라졌다. 유해 조수를 잡는 포수도 사냥개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로 뒷산을 오르는 멧돼지를 쳐다볼 뿐이었다.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의 반복되는 일상의 한 장면이다. 땀 흘려 애써 가꾸어 놓은 농작물은 멧돼지 무리가 한번 왔다 가면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된다. 사냥꾼의 총도 개도 멧돼지의 순발력과 기민함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정년퇴직 2년째, 2년 차 백수는 오늘도 텃밭 사수에 골몰하지만, 멧돼지의 선처를 바랄 뿐 뾰족한 수는 없다. 한차례 멧돼지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허탈하게 끝나면 허기는 더 빨리 찾아온다. 밭 이곳저곳에서 수확한 신선한 채소로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낮잠을 즐긴다. 그때만큼은 여기가 무릉도원이요 지상낙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낮을 뜨겁게 달구던 더위가 잠시 물러나면 잡초도 뽑고 농작물을 살핀다.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고 저녁노을이 다가오면 백수 2년 차의 바쁜 밤 생활이 시작된다. 퇴직 직전에 먼저 퇴직한 선배들이 직장 다닐 때보다 백수가 되면 더 바쁘다고 한 말이 빈말이 아님을 절감하게 된다. 직장을 핑계 댈 수 없기에 초대하는 모임에 빠질 명분이 없다. ‘백수 과로사’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몸소 체감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활동을 했기에 세상사와 담을 쌓을 순 없다. 솔직히 정년퇴직하고 백수의 삶을 살게 되면 세상의 소음과 혼란에서 멀찍이 비켜서고 싶었다. 인생은 늘 내 뜻과 의지에 관계없이 휩쓸려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저런 모임에 가면 정치와 세상 이야기는 양념처럼 곁들여진다. 모두의 눈길이 내 입을 주시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는 것을 눈치껏 직감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활동의 전직 정치인으로서 한 마디 해보라는 시그널로 읽는다. 일부로 애써 정치와 담을 쌓고 사는 처지에서 말을 얹기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안 보고 안 들으려 해도 세상의 요란한 잡음과 추한 모습은 곁눈질하는 것처럼 살짝 보이고 들린다. 중앙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에선 김상욱 시장의 언행은 진보적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실망을 넘어 절망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솔직한 관전평을 쏟아낸다. 내란의 위기를 함께 극복한 동지와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포용과 통합이라는 껍데기에 치중하는 국정운영이 마뜩잖다. 척결해야 하는 내란 세력은 더 기세등등하고, 잡겠다는 부동산은 요지부동이고, 개혁하겠다는 검찰, 사법, 언론은 하나로 똘똘 뭉쳐 저항하고 있다. 국회에서 절대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권력에 취해 대통령과 청와대 바라기만 하고 있다. 보수 정권일 때 그렇게도 상대 당을 향해 청와대 국회 출장소가 되지 말라고 일갈했던 외침이 부메랑처럼 비수로 돌아오고 있다. 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후보들은 전례 없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젊은 시절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함께 어깨를 걸었던 동지가 맞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그로 인해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이재명이냐, 이재명의 민주당이냐’를 놓고 사분오열됐다.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어도 너무 많이 넘었다. 급전직하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과 민주당의 몰락은 결국 민주 진보세력의 약화인 동시에 내란 세력이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실망을 넘어 절망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촌평하는 이유이다. 시선을 돌려 울산을 보면,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투명 행정과 공개 행정을 표방하며 김상욱 시장이 연일 펼치는 유튜브 행정인지 정치인지 정체불명의 행보는 순식간에 기대감을 피로감으로 바꾸어놓았다. 시장과 시의원이 ‘관종’이니 ‘버러지’니 하는 댓글을 인용한 논쟁도 싸움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제 3개월여 지났는데 벌써 3년여 지난 것 같다는 울산시청 직원들의 볼멘소리는 김상욱 시정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 5년, 시장 4년의 임기가 긴 듯하지만, 어쩌면 순간이고 찰나의 시간만큼 짧다. 그 짧은 시간에 자신을 왜 지지하고 뽑아줬는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을 이재명 대통령과 김상욱 시장이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 두 사람의 실패는 두 사람 개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많은 사람의 꿈이 좌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장만 화려한 껍데기 정치가 아니라 알맹이가 튼실한 정치와 행정을 펼쳐주길 정년퇴직한 백수 2년 차 도시농부가 간절히 빌고 또 빈다. ‘껍데기는 가라’는 문장은 시로서만 음미하고 싶다.

김진영 前 울산광역시의원
2026년 10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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